hilarious diary
플로렌스 - 잘 하진 못했어도 안 하진 않았기에 본문

아마도 영화를 좋아하시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를 보았을 것이다. 그 작품에서의 메릴스트립은 정말 칼 같은 커리어우먼의 상징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작품을 이끌었다. 이번 영화도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의 연기를 감상하기 부족하지 않은 흥미로운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플로렌스'를 소개한다.

플로렌스는 당대 대표적 재력가이다. 마음이 착하고 베풀기 좋아하는 그녀이지만, 다만 본인의 노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고, 눈치도 없는 편이다. 그런 플로렌스의 동반자인 베이필드는 플로렌스의 여생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바쁜 뒷바라지의 삶을 살게 된다.
[플로렌스의 실제 삶 이야기]
그녀의 정확한 이름은 'Florence Foster Jenkins'. 1868년에 펜실베이니아의 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적부터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의 반대로 피아노를 공부하며 그 재능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그러다 16살 연상의 의사와 사랑에 빠져 출가하여 결혼을 하였고, 그 남편의 무분별한 사생활 덕에 매독이 전염되어 왼 손의 신경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남편과 이혼을 하고 그녀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자 유산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실, 플로렌스는 성악적 재능이 전혀 없는 음치였기 때문에 아버지와 남편이 반대를 했던 것이지만 이젠 그들이 모두 없게 되어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하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영국 출신의 배우 '베이필드'를 만나게 되어 실질적인 혼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며 본인의 집에서 공연도 하고, 앨범도 내었으며, 결국 죽기 직전에는 카네기홀에서 공연까지 하며 원하는 생을 살다가 떠나게 된다.

단 한 시도 마음 편하게 볼 수가 없는 영화.
이 영화는 초반부부터 보는 이를 불안, 초조하게 만드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적지 않은 덩치에 천사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플로렌스는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도, 진행을 하는 베이필드도,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모두 세상 최고의 공연을 대하는 듯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
플로렌스의 집에 초대된 많은 이들 중에는 플로렌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녀와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여 재정적, 사회적 안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컸을 것이다. 그러하다. 대부분의 이들은 연기를 한 것이다. 그쪽이 아니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이었다. 관객들은 본인의 이익을 위해, 베이필드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플로렌스의 안정을 위해 거짓을 지속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닌 플로렌스만은 순수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였던 순수한 마음뿐이었다. 그렇기에 주변인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멈추지 못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플로렌스에게 진실을 고해야 하진 않았을까?
우리 주변에 보면 크고 작지만 이러한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가령 예를 들어 내 친구가 주변인들에게 좋지 못한 평을 듣는다든가, 아니면 자신이 보기에 아쉬운 면이 있지만 직접 말하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은 항상 고민한다.
솔직히 말해주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야 괜히 말했다가 그 사람과의 불편한 관계가 되기 싫어..
어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그 사람과의 흐트러질 수 있는 관계를 각오하고 직언을 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만 참고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역시나 인생사에 있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각 개인의 성격과, 그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속단할 수 없고 단지 각자가 내린 결론에 따라 움직이게 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왜 꺼냈겠냐고 묻겠지만 나는 그저 이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베이필드가 선택한 최선
개인적으로 영화 시나리오에서 베이필드가 플로렌스를 위해 이렇게 애쓰는 이유를 밝히는 과거사가 나왔으면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베이필드의 마음 자체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플로렌스의 순수한 마음을 알기에, 본인 자신만이라도 순수하게 플로렌스의 편에서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맹목적인 지지가 어떤 이들로 하여금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베이필드의 행동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플로렌스의 잦은 공연으로 그 공연에 오는 이들은 듣기 싫은 목소리와 코스프레를 참고 봐야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단지 베이필드에게 있어 최우선은, 플로렌스의 행복이었으며 그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찰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저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플로렌스와 베이필드의 진심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초반부 공연에서 배꼽이 빠질 듯이 웃던 여성도, 웃음을 참기 위해 애를 썼던 이도, 술 취한 군인들도 어느새 플로렌스의 순수한 모습에 빠져 그저 응원하기로 마음먹고 말게 된다. 결국 플로렌스는 자신의 노래 실력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지지만 마지막 환상에는 그저 기립박수를 치고 있는 관객과 베이필드, 그리고 맥문만이 보였다. 플로렌스의 여생을 잘 보내주고 싶었던 베이필드의 노력은 결국 성공을 한 것이다.
플로렌스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한 베이필드의 노력은 눈물겨웠고, 그러한 노력이 관객들의 마음 또한 움직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스토리 전개를 위해 만들어낸 부분이기는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어느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은 그 표현이 천방지축이고 낯설더라도 결국엔 주변인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며 나도 많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무엇이 플로렌스를 위한 결정이었을까.
우리는 진정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그저 그 사람 편에 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종종 보고 듣는다. 아마 그러한 이야기에 반박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들에게도 베이필드와 같은 가족, 친구, 연인이 있다면 분명 행복한 삶을 누릴 것이고, 또한 그들에게 우리 또한 베이필드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앤딩 씬에서 플로렌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People may say I couldn't sing, but no one can ever say I didn't sing.
(누구나 내가 노래를 못하는것을 알지만, 누구도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는 하지 못해)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한다.
본인이 잘 하든 못 하든 간에, 좋아하는 것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행복하게 눈을 감게 할 수 있는 그 무엇일 것이라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로 보인다.
불편했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영화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있어 작은 insight를 가져갈 수 있는 영화
"플로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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