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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 그저 조그마한 변화를 시도했던 그녀들

bbmun1611 2023. 1. 2. 22:08

이번에는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조연상, 그리고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주인공 역할의 실제 인물이 시상식에서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던 작품인 '히든 피겨스'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1960년대 머큐리 계획의 일등 공신이었던 이 여성 삼총사는, 흑인이면서 여성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는 것조차도 어려웠지만 무엇인가를 자꾸만 시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에게는 NASA의 우주선이 지구를 탈출하는 것보다 더 바랬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한 번 들여다보자.

※스포 주의

감정을 앞 세우지 않았던 그녀들

출근길에 퍼진 차를 고치려 하던 중 지나가던 경찰관이 도로에 차를 세운 그녀들을 보며 문제를 해결해 주려 하기보다는 잘못을 탓하려 한다. 그녀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일단 의심과 질책이 먼저 앞서는 경찰관을 보며 이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물론 당시 시대 배경상 흥분하고 따지는 것이 그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기도 했겠지만, 공무원과의 마찰을 택하기보다는 본인들이 당당한 NASA의 직원이라는 것을 재치 있게 설명하며 자연스레 에스코트를 받으며 출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메리는 우주비행사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지원자격조차 얻지 못했고 도로시는 이미 관리직을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관리직 인사 발령이 없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또한 캐서린은 본인의 부서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면서도 보고서에 본인의 이름을 올리지도 못하고 주요 미팅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세 사람 모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던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의아한 상황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너무도 자연스러우면서 당사자들에게는 그래서 더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어떻게 해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여러분은 특정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그 해결 방법은 당시 상황과 주변인들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반드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방법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 하고 표출한다던가, 그 문제의 대상을 다른 곳에서 헐뜯는 등의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이따금씩 감정에 몸을 맡기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감정을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다소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본 후 최대한 격한 감정을 배제하고 표현한다면, 그때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더 심각하게 어그러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탄하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 나선 그녀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저들의 상황이라면 그냥 뛰쳐나왔을 것 같다고.
그녀들은 그 부당한 상황에서 아등바등 대지 않아도 분명 밖에서 다른 일을 하며 마음 편히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상황을 한탄하며 도망치려 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틈새를 찾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리는 우주비행사 지원 자격을 얻기 위해 흑인 여성은 들을 수 없는 교육 과정에 대한 부당함을 법적으로 싸워 해결하였고 도로시는 컴퓨터 발명에 발맞춰 본인이 관리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컴퓨터 알고리즘을 익히게 하여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었다.

캐서린은 적당히 주는 일만 하라는 폴의 어처구니없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빛에 비추어 지워낸 글씨를 확인하여 서류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꽤나 이성적 판단을 하는 알에게 능력을 인정받고는 그에게 어필하여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따내려 노력하기도 했다.

캐서린은 본인이 근무하는 부서 건물에 흑인 여성이 출입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것을 알고는 보던 서류를 끌어안고 800m를 뛰어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볼 일을 보고는 쉬지도 못하고 다시 달려오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참고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꾸 부재하게 되는 자신을 나무라는 알에게 캐서린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는 제가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없죠. 800m 거리라는 걸 알고 계셨어요? 그 먼 거리를 볼일 보러 걸어야 해요! 상상이 되세요?

 

이 직후 알은 흑인 여성 전용 화장실로 가 'Colored Ladies Room'이라고 되어있는 간판을 떼어 버리며 말한다. 이제부터 흑인 여성 전용 화장실은 없다고.

만약 캐서린이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캐서린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왔을 것이다. 캐서린은 그 상황을 참아내면서 인정받으려 노력했고, 그 이야기를 꺼내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비로소 당당히 말한 것이다. 캐서린을 필요로 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 알은 그동안 캐서린이 겪었을 고충을 돌아보았을 것이고 그 결론이 결국 흑인 여성 전용 화장실을 없앤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와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때때로 부당하기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그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까? 혹시 술 한잔 기울이면서 불합리함을 토로하며 자위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렇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 없다고 결론짓고 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실제로 이 여성 삼총사의 노력은 미국의 우주항공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이들을 통해서 미국 사회 내에서의 흑인과 여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그 세대에서 이 문제들이 해결되길 확신하고 행동했을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하다. 워낙 장 기간 존속되었고 사람들에게 당연시되었던 모습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당당한 3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져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감독이 제시하는 편견과 그릇된 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우리도 이러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한민족은 그동안 불합리한 현상에 대해 행동했었고, 지금도 우리 모두는 각 각의 상황에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일 테지만 그렇게 만들어내는 조그마한 변화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때, 혹은 우리 후세에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가혹하고 쉬이 납득되지 않는 모습들에 아쉽겠지만, 그것을 누군가 해결해 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과한 욕심이 아닐까 한다.

이런 노력을 한다고 과연 변화가 있겠냐고 묻는다면?

글쎄...

하지만 자포자기나 신세한탄보다는 조금 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법이라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꿈틀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혹시 아직 이 영화를 못 보신 분께 조그마한 변화에 대한 용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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