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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식당 - 평범한 김밥이 왜 이렇게 맛있지? 본문

맛집도 재산이다

노지식당 - 평범한 김밥이 왜 이렇게 맛있지?

bbmun1611 2022. 11. 24. 09:00

얼마 전 강화도 펜션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나는 평소에 강화도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평화로운 해변에 맞닿은 펜션과 생각보다 많은 먹을거리가 날 자꾸 부르는 느낌이다. 이번엔 오랜만에 강화도를 가게 된 터라 그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펜션을 예약했다. 이 펜션 또한 너무 추천할 곳이라 다음 글에서 소개하려 한다.

예약한 펜션이 강화도에서도 더 들어가 석모도에 위치한 곳이었고, 그래서 석모도 맛집을 찾아보다가, 우연찮게도 우리가 묵을 펜션에서 도보로 3분이면 도착하는 맛집이 있길래 방문해 보았다. 함께 간 와이프가 워낙 국수를 좋아해서 이 집을 찾게 되었는데 이곳은 국수만큼 김밥이 또 그렇게 유명하다고 해서 기대를 하며 찾아갔다.


위치는.... 정말 뜬금포 도로 밖에 없는 곳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정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영업을 지속해나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치가 애매했다. 반대로 사장님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했다.


오른편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오면 바로 우측에 주방이 있다. 가림막 사이로 주방 안이 잘 보여서 믿음도 갔고 사장님의 빨간색 애정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다.

주방 위에 보이는 메뉴판은 내가 좋아하는 분필로 쓴 메뉴판이다. 저렇게 손글씨로 된 메뉴판은 글씨가 엉망이면 보기 싫기 딱인데 알아보기에 전혀 어렵지 않은 글씨였고 메뉴가 심플해 거북함이 전혀 없다.


우리는 평일에 휴가를 내고 갔고, 2시에 도착해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우리가 들어갈 당시에는 어떤 아저씨께서 혼밥을 하고 계셨는데, 우리가 식사하는 중에 그래도 몇 팀이 더 방문했던 것을 보니 이 애매한 먼 곳까지 찾아서 오는 손님들이 있는 정도의 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주차장은 상당히 넓어서 좋고 사진에서 보다시피 테이블이 많지는 않아서 손님이 많으면 조금 기다려야 할 듯하다.

음식을 먹어보기 전, 이 식당의 가장 큰 강점을 통창과 앞에 놓인 뷰였다. 저렇게 혼자 식사를 하는 분도 낭만이 느껴질 정도로 해안 뷰가 너무 좋았고 분위기가 느껴진 곳이었다.


인테리어는 한눈에 쏙 들어오는 깔끔함은 아니었다. 하지만 테이블과 의자의 일관성도 있고 포인트가 되는 곳도 있어서 아기자기함이 느껴졌다. 사장님이 여성 분이셨는데 그래서인지 귀엽고 센스 있는 아이템들이 보였다. 에어컨에 붙어 있는 'Water Self'도 결국 '물은 알아서'라는 뜻이지만 저렇게 정성 들여 붙여놓으시니 절로 정수기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ㅋㅋ

메뉴판이다. 역시 손으로 그리고 쓴 메뉴판이다. 사장님이 직접 만드셨는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내 추측상 직접 하셨을 것 같다. 몇 번의 대화로 사장님이 꽤나 프라이드를 가지신 분이라고 느껴졌기에 이 메뉴판을 누군가에게 맡기진 않았을 것 같았다.

4가지 종류의 국수가 있고 '그냥김밥'과 음료가 있다. 면추가는 1,000원, 그리고 음식과 함께 나오는 고추와 소스 활용법도 메뉴가 미리 기재되어 있다.

2명이서 온국수 1개, 비빔국수 1개, 그냥김밥 1개를 주문했다.


기본찬이다. 메뉴판에 설명되어있던 고추와 겨자소스, 입맛을 돋워줄 양념 단무지와 배추김치가 있었다. 소박하지만 필수템들로 장착되어 있어서 좋았다. 단무지는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먹는 순간 군침이 돌게 하는 맛이었고 김치도 깔~끔하니 국수와 함께 먹을 기대가 되는 맛이었다.

그냥김밥

'그냥김밥'이 나왔다. 진짜 그냥 김밥이다. 4000원인 김밥. 요즘 물가로 치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비주얼만 보면 살짝 두꺼운 김밥에 우엉이 조금 많이 들어 있는 편이다. 햄과 지단도 있고 그냥 평범하게 보였다. 그런데 저 김밥을 겨자소스에 찍어먹으라고 하니 좀 거부감이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광장시장에서도 마약김밥에 겨자소스를 찍어먹으라고 하는데 별로였던 기억이 나서.... 어쨌든 한 입 먹어봤다.

"어.....뭐지?....."

그냥 평범한 맛인데 너무 맛있다. 이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냥 계속 손이 간다 ㅋㅋ 둘이서 토론해본 결과 우엉의 양념에 뭔가 신경을 쓴 것 같았는데 그 맛이 김밥 전체적으로 감칠맛 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엉의 힘인데 그 이유가 뭔지 모르겠고 아무튼 존맛이다. 다음 음식이 기대되는 맛이었다.

비빔국수

비빔국수가 나왔다. 면은 엄청 쫄깃하고 신선한 야채가 충분히 올라간 것이 입맛을 돋웠다. 양념은 생각보다 더 매콤하면서도 새콤달콤한게 여름에 먹으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음식이었다. 물론 나는 겨울에도 찬 음식을 잘 먹고 그래서 이 비빔국수가 내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8,000원이라는 가격에 전혀 모자람 없는 기본에 충실하지만 포인트 있는 맛이었다. 그렇지만 김밥이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온국수가 빨리 나오길 바랬다.

온국수

드디어 마지막 메뉴 온국수가 나왔다. 고기가 생각보다 두껍체 생겼고 한 점이 아닌 여러 점이었다. 콩나물과 파가 싱싱했고 빨리 먹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한 입 떠봤다.

국물은 굉장히 맑은 갈비탕 같은 맛이다. 고기로 우려낸 육수 맛이었는데 전혀 무겁지는 않다. 다만 육수 자체는 평범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아까 메뉴에서 추천한 대로 청양고추를 넣은 순간, 육수 맛이 확연히 달라졌다. 감칠맛이 마구마구 느껴진다. 평범한 육수라고 생각되지만 숟가락이 자꾸 간다.

면은 역시나 비빔국수에 비해서는 덜 쫄깃한 편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힘이 느껴지는 식감이다. 마지막으로 고기는.... 진짜 대박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부들거리면서 적당히 지방도 있는 그런 고기. 한국식 국수를 먹으면서 이렇게 고기에 만족을 느낀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음식을 다 먹었고 둘 다 대단히 만족했다. 다음번에 또 와서 온불국수와 냉국수를 꼭 먹어보자고 결의를 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저녁에 성대한 바비큐 파티를 예정했기에 맛만 보고 국물도 다 먹지 말자고 했는데, 싸그리 비웠다. 역시 음식 앞에서 결심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바베큐 시간은 뒤로 늦췄다.

나가는 길에 사장님이 결제해주신 후 사탕을 하나씩 주셨다. 주문과 서빙 시에는 시니컬함이 약간 느껴졌었는데 나갈 때는 세상 환하게 얘기해주셨다. 우리는 여기 유튜브에 나왔었냐고 물어봤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고, 다음번에 또 오겠다고 했더니 고마워해 주셨다. 처음에 느껴진 시니컬함은 아마도 음식에 대한 프라이드 때문이었을지도.... 음식 맛이 그걸 또 입증했다.


심지어 와이프가 다음 날 체크아웃하고 나가면서 김밥을 포장해 가자고 했다.

'아니, 체크아웃하면 점심 먹으러 가야 하는데....?'
'몰라 상관없어 집에 가서라도 먹을 거야 무조건 포. 장.'


진짜로 두 줄 포장해서 갔다. 근데 역시나 이 날처럼 맛있었다. 심지어 식어도 맛있다. 결국 밥집에 도착하기 전에 한 줄을 다 먹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서 라면이랑 먹었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사장님은 김밥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다.

이건 '그냥김밥'이 아니라 이게 진정한 '마약김밥'이다. 광장시장에 즐비한 마약김밥은 이곳 김밥에 송구스러움을 느껴야 할 듯....



노지식당은 뷰도 압권, 국수도 맛있고 무엇보다 김밥이 진짜 맛있는 곳이다. 다만 김밥이 특별하지는 않다는 것을 기억하면 그 맛의 특별함이 더욱 느껴질 것이다. 석모도에 가게 된다면 꼭 이 집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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